시인은 시집 ‘묵필을 축여주시면 싫답니까?’ 머리말에서 “이 도서의 메시지는 진정한 사랑이란? 서로를 아끼며, 간절하고 애절한 마음을 호소하는 것. 예나 지금이나 늘 그립고 안타까워하며 아쉬움의 시간을 거듭나 더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참으로 미묘한 것. 아무리 그리워해도 끝내 운명적으로 영원히 만날 수 없는 비극의 사랑. 그 사랑이 더더욱 빛나고 훌륭한 사랑으로 남듯이 이 도서는 자본주의 시대를 맞으며 경제적 해갈을 위해 헤어짐의 안타까운 사랑이 어언 평생의 세월을 잃고 젊음을 놓쳐버린 늦은 재회를 펼친 저서”라며 “늘그막에 다시 만나, 지난 시절을 참회하며, 못다 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 다시는 그 어리석고 무모한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, 꽃 이름으로 그 시절의 계절을 표현하였다”고 밝혔다.
또한 시인은 “일인이역을 주도하며, 애절하고 간절한 사랑을 이어가기 위해 이성을 넘나들며 어렵게 시나리오를 연출하였고 치매 걸린 노부부의 이야기는 멀지 않은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”라고 덧붙였다.
이 시집 ‘묵필을 축여주시면 싫답니까?’에는 ‘사랑’, ‘첫 새벽’, ‘사그랑이 애’, ‘행복한 인생’, ‘노세노세 살아 노세’, ‘해후비애’, ‘묵필을 축여주시면 싫답니까?’, ‘너만 홀로 울었으리?’ 등 72편의 시가 담겼다.
어찌하여 산간에 어스름한/ 해 질 녘도 소식이 없으시답니까?/ 오늘도 생생하게, 어제/ 하루처럼 한숨 품으며 기다렸소만// 그대의 묵필은 바싹 마른 한 잎의/ 낙엽처럼 아침 햇살까지 벼루를 적시지 않고// 솔을 올올이 세워 그냥 두셨는지요// 불꽃처럼 타오르는 마음은/ 바람맞은 꽃잎처럼 떨며 숨소리조차// 가눌 수 없으니/ 어찌 그대 생각을 감히 잊자 하리까// 만약 그대가 허락한다면/ 살고지고 또 살고 져서 따뜻한 봄날// 고목 나뭇가지에 다시 잎을 피우는/ 화신이라도 되어 그대의 향취에 푹 젖어// 차라리 천만년을 살고지고/ 한스러운 세상을 잊은 듯 그렇게// 깊이깊이 잠들고 싶구려/ 그대는 이 마음 아신 답니까?// 유난히도 저녁노을이 발갛게 물들어/ 하늘은 연이어 달빛이 청량하게 비치고// 따라서 별들도 찬란한 빛으로/ 밤을 밝히려 하오만 그대 어찌 서신마저 없어/ 이 하루조차 애간장을 다 녹인답니까?// 까맣게 다 탄 내 가슴이/ 벼루에 먹물을 똑 닮았구려